한빛사 인터뷰 (Interview_Inspiring Korean Scientists)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는 신경과학(neuroscience) 분야에서 분자세포생물학(molecular and cellular biology)과 생리학(physiology)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경과학은 생물학뿐만 아니라 물리학 등 다양한 학문이 함께 연구하는 융합 학문입니다. 연구를 진행할수록 각 분야의 접근법이 어우러져 서로의 통찰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동시에 학제적 지식을 요구해 어렵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기도 합니다.

이번 논문은 SCAMP5 단백질이 PI4KB 단백질과 결합해 트랜스골지체(trans-Golgi network)에 PtdIns4P의 생성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AP-4 단백질의 모집과 ATG9A가 시냅스전세포로 이동하게 되는 기전을 연구한 논문입니다. 시냅스전세포에서 유발되는 자가포식현상(presynaptic autophagy)의 자세한 분자적 기전은 상대적으로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아 이를 밝혀낸 것이 이번 논문의 하이라이트라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과학 연구는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다시 마음속에 되새기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단순 단백질 수송(trafficking) 현상으로만 접근했었는데, 지도교수님과 연구실 동료들과의 지속적인 토론을 통해 신호전달 경로(signaling pathway) 등으로 연결해 더 넓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협력적 연구 환경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핵심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장성호 교수님 연구실(Laboratory of Neural Functions and bio-Imaging; NFi)에서 진행됐습니다.

NFi 연구실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뇌 신경세포(neuron)의 기능과 활동 기전을 탐구하는 곳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다양한 현미경을 활용해 분자·세포생물학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고해상도 이미징을 위한 다양한 기법 개발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이처럼 첨단 현미경 시설을 폭넓게 갖추고, 이를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비들을 직접 접하고 다룰 수 있다는 점은 저희 연구실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의 오감 중에서도 시각을 통해 얻는 정보가 가장 많습니다. 연구에서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미징이며, 누구나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 또한 이미징으로 제공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연구실에 들어와 현미경을 통해 직접 확인했던 신경세포의 활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신기함으로 남아있습니다. 자세한 연구 내용은 저희 연구실 홈페이지 (https://nfi0829snu.wixsite.com/nfisnu)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참조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관련 연구에 흥미가 있거나 직접 연구에 참여해 보고 싶은 분들이 계신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연락 주세요. 함께 연구의 즐거움과 성취를 나눌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 주제를 정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결정 같습니다. 학계에서 주목받는 이슈, 즉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주제를 다룰 것인가, 아니면 제 개인적인 학문적 호기심을 따라갈 것인가 사이에서 늘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 속 제가 내린 결론은 ‘불필요한 연구는 없다’는 것 같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상대적으로 학계의 주목을 덜 받는 SCAMP5 단백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따금 지도교수님께서 가족 중 SCAMP5 단백질의 변이로 자폐증이나 신경퇴행성질환을 겪고 있는 국내외 환자들로부터 이메일을 받곤 합니다.

이분들은 저희 연구 결과를 임상 데이터와 비교하며, 언젠가 치료법 개발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해주십니다. 이런 메시지를 들을 때마다 제 연구가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큰 힘을 얻습니다. 이런 원동력이 연구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인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어릴 적부터 연구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공부는 특별히 좋아했던 것 같지는 않지만, 연구는 꼭 해보고 싶었던 것 같네요. 재미있게도 정작 대학 시절 실험 과목에서는 레포트 작성이 힘들어 실험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요.

공대가 세상에 전부인 줄 알았던 제가 우연히 neurobiology에 흥미를 느끼게 됐고, 자연대로 진로를 옮겨 공부를 시작하니 처음엔 제 역량이 많이 부족했다고 느꼈습니다. 연구란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라도 깨닫기까지 한 1년 6개월은 걸린 것 같네요.

이제는 science란 것을 조금 가까이 접해서인지 제 주변 친구나 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나도 연구하고 싶은데, 대학원에 맞을까? 이 길이 나와 잘 맞을까?” 그럴 때마다 제가 해준 대답은 늘 같았습니다. “일단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찾고, 거기에 최선을 다해보자” 였습니다. 제 신조이기도 한 말이죠.

Science, 특히 biology 분야에서는 쉬운 방법도, 빠른 결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재미만 좇아 태평하게 연구하면 결과는 잘 나오지 않고, 반대로 재미를 잊은 채 맹목적으로만 몰두해도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이제 연구를 시작하신다면, 연구실의 구성원, 나아가 다양한 과학자들과 인사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대학원은 오랜 시간 학업에 집중해 온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자칫 차갑고 소통이 부족한 사람들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만의 힘으로 이 길을 헤쳐 나가기에는 너무 많은 난관이 존재합니다. 저 역시 많은 교수님과 선배님들, 그리고 동료 연구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느끼는 점은 ‘여러 사람으로부터 배우며 성장할 수 있어 행복한 곳이 대학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최고가 되었다는 증명이 박사 학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만 잘났어, 나 혼자 잘 될 거야’는 태도로는 이곳에서 성공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Science란 것이 각자가 연구한 결과를 학회에서 토의하고, 논문으로 발표하며 공유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옆에서 배우고, 내가 다시 알려주는 가치를 함께 이해하고 나눌 때, 비로소 더 큰 성과와 즐거움을 얻을 것이라 믿습니다.

어려운 길을 함께 나아가는, 혹은 같이 나아갈 분들이 모두 행복하게 연구하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어쩌다 보니 꿈에 그리던 1저자 논문을 완성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혼자만의 힘으로는 결코 얻지 못했을 결과라고 생각되네요.

졸업 후 입대를 하고 논문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앞으로의 목표를 계속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연구란 참 끝이 없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와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런 생각 끝에, 지금은 세계 각국 연구자들의 시선과 생각이 궁금해 해외 박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잘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연구로 나아갈 길에 변함은 없을 것 같습니다. 과학자라면 누구나 품는 노벨상이란 큰 꿈, 계속 재미있게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앞으로도 연구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언제나 제 길을 응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신 가족과 친구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가 계속 도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모두의 든든한 응원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길을 선택하고 걸어가는 과정에서 늘 지도해 주시고 올바른 방향으로 잡아 주신 지도교수 장성호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교수님께서 보여주시는 학문적 고찰과 따뜻한 지도 덕분에 제가 이 분야에서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구의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지도해준 제 사수 웅휘 박사님과 충헌이 형께도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cDNA가 무엇인지 묻던 부족한 저를 차근차근 가르쳐 주시고, 기초부터 배울 수 있게 해주신 덕분에 논문의 완성까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거쳐 간 모든 NFi 연구실 구성원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즐겁게 연구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논문을 함께 완성한 정민 님, 기태 선배, 상은 박사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함께 논문을 작성하고 리비전을 마치는 동안 수정을 몇 번이나 거쳤는지 정확히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돌이켜보니 그 모든 과정이 소중한 경험이자 추억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또한 논문이 나오기까지 여러 조언과 도움을 주신 교수님들, 그리고 학회에서 조언 주셨던 많은 연구자분께도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모든 분이 있었기에 이번 성과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감사드릴 분들이 더 많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그 인연들을 소중히 이어 나가며, 언젠가 저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Seung Hyun Ryu
Seung Hyun Ryu
Researcher in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My research focuses on molecular and cellular neuroscience using bio-imaging approach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