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를 기억하기에 오늘이 행복하다 (I'm happy today because I remember yesterday)
4월 1일 만우절이 다가오자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다. 교복을 보면 10대의 생활이 그리운 듯 생각난다. 특히나 요즘같이 꽃이 피는 시기에는 더 그렇다. 중학교에 입학해 처음으로 교복을 입던 시절을 떠올려본다. 그때의 나는 현재의 나와 같았었나?
시간이란 것은 참 길지만 빠르게 흘러간다. 이 사이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행동을 한다. 친구와 밥도 먹고, 과제도 하고, 일도 하며….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 우리는 대부분을 까먹고 지낸다. 수필가 최영옥은 무의식 속 사라진 수많은 기억을 서랍 속에서 잊힌 채 잠자는 유행 지난 옷가지라 표현했다. 까먹는 기억은 의미가 없어져 정리되는 옷들 같다는 것이다. 정리되는 기억들은 생략된 채 현재의 나를 보기 때문에 과거의 나와 달라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난 후 뒤를 돌아보며 추억에 젖을 때가 있다. 기억나지 않는 틈 사이로 몇 가지 사건들을 살펴보면 ‘그땐 좋았지’, ‘그땐 왜 그랬을까’ 등 다양한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내 인생의 모든 기억은 나를 가르치는 선생이며 나만 가질 수 있는 행복이다. 사소한 일이라도 이를 잃어가는 삶은 내가 조금씩 비어가는 느낌 한가득이다.
대학생은 100여 년의 인생 중 20여 년 밖에 살지 않았다. 짧은 시간 동안 벌써 우리는 추억을 이야기하고 공유한다. 한해마다 달라지는 나를 보며 색다르고 행복하다. 추억이 쌓이는 것은 길고 짧음이 없이 순간순간 쌓이는 것이다. 추억을 쌓지 못한 채 이 시간을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모든 기억을 기억하지 못함에도 추억조차 제대로 쌓아가지 못한 채 빠르게 살아가는 현대인은 슬픔을 품고 있을 뿐이다.
“기억은 퇴적층과도 같아서, 잊어버려도 거기에 있어.”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에서 테스(지나 데이비스)가 한 말처럼 기억은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진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순간은 나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퍼즐 조각이다. 홀로 만들기 어려운 인생이란 그림은 모두가 나와 함께 맞춰가고 있다. 이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하루하루가 중요하다 느끼며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